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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Eat/프랑스:France

[프랑스][미슐랭3스타] 뉴욕 르 버나딘:Le Bernadin in NYC

뉴욕의 미슐랭 3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르 버나딘.

완전 정통 프렌치는 아니고 해산물 중심의 모던 프렌치가 메인입니다.

어쩌다보니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 '해당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그 나라를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인식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Exceptional cuisine, worth a special journey (이례적일 정도로 훌륭한 맛. 특별한 여행을 할 가치가 있음)"이 원문입니다. 애초에 미슐랭 가이드가 타이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사람들에게 자동차도 구입하고 여행도 다니라는 의미에서 발행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가기 위해 해외여행을 하는 건 좀 오버라고도 할 수 있겠죠.

참고로 2스타는 ""Excellent cooking, worth a detour (뛰어난 요리. 길을 우회해서라도 방문할만 함"이고 1스타는 "A very good restaurant in its category (해당 분야에서 매우 훌륭한 음식점)"입니다.


미슐랭 스타의 진정한 의미야 어찌되었건, 르 버나딘이 해산물 요리에 있어서는 뉴욕 원탑인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 전국구를 넘어서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해산물 요리 분야에서는 그야말로 수위에 꼽히는 레스토랑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만큼 예약도 힘들고 가격도 만만치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레스토랑 전경. 약간 이른 점심 시간이라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이는데, 조금만 있으면 테이블이 꽉 찹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한두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서 온 손님들.

게다가 최고급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답게 드레스 코드도 있습니다. 남자의 경우엔 수트 필수.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게, 필요하다면 코트룸에서 무료로 빌려줍니다. (그래도 남의 옷 빌려입는 건 불편하니 자기 옷을 입고 가는 게 제일 좋긴 하지요)


어뮤즈 부쉬로 나온 연어 리예트. 

리예트는 프랑스식 전채인데, 보통은 고기류를 으깨고 양념해서 내놓지만 르 버나딘은 해산물 전문답게 연어로 리예트를 만들었네요.

훈제 연어와 삶은 연어, 생 연어를 섞어서 만든 리예트를 얇고 바삭한 빵에 발라먹으면 완전 맛있습니다.


기본 빵 셋팅.

빵은 굉장히 여러 종류가 있고, 달라고 하면 달라는 대로 다 주긴 하지만... 빵으로 배를 채우는 건 뒤따라 나올 요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제일 맛있어 보이는 것 몇 개 받아놓고 조금씩 먹어줍니다.


조개 관자와 성게알. 사과 소스와 레몬 식초에 절여서 나옵니다.

드라마 'Lost'를 보면 한국 사람이 성게 따다가 나눠먹으려고 하는데 서양인들은 질색을 하며 사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막상 뉴욕 맨하탄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성게가 버젓이 메뉴로 등장하는 걸 보면 일반적인 입맛과 미식의 사이에는 꽤 큰 격차가 있구나 싶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왠지 비릴 것 같은데 막상 먹어보면 비린 맛은 전혀 나지 않습니다. 신선한 해산물 맛과 새콤한 소스가 어우러지고, 무엇보다도 날 것 특유의 식감이 입맛을 돋구어 줍니다. 


사실 생굴은 요리 레벨을 보기에 좋은 메뉴는 아닙니다. 그냥 신선한 굴을 따서, 먹기 좋게 손질해서 올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프리픽스 메뉴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는 건 그만큼 이 단순한 요리가 코스 전체의 맥락에서 봤을 때 그만큼 어울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굴을 좋아하는지라 잠깐 고민하고 주문해버린 생굴. 

레몬에 천으로 된 망을 씌워서 씨나 과육이 빠지지 않도록 배려한 게 인상깊네요.

굴을 다 먹고 나면 은으로 된 조그만 보울에 레몬 띄운 물을 가져다 줍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손 씻는 물을 먹는 물인줄 알고 마셔버렸다는 80년대 유머가 떠오릅니다. 원샷해버리면 웨이터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아직 그정도로 얼굴에 철판을 깔지는 않았으므로 패스.


트러플과 양배추를 곁들인 연어 요리.

트러플은 소량으로도 강력한 향을 요리에 덧씌우면서 분위기를 확 바꿔버리는데, 완벽하게 요리된 연어와 함께 먹으니 완전 맛있습니다.


평소에 여러 번 먹어봤던 요리일수록 진짜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랍스터.

완벽하게 요리된 랍스터의 맛은 지금까지 먹었던 랍스터들을 그냥 덩치 큰 새우 요리로 바꿔버립니다.

그 동안 마트 할인 행사 할 때 사서 직접 요리해 먹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도 몇 번 먹어봤습니다만...

이건 정말... 재료는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레벨의 요리입니다.

미디움 레어 스테이크처럼 안쪽은 랍스터 회처럼 탱글탱글한 부분이 남아있고 바깥쪽은 익혀서 부드러운데, 이걸 한 점 입에 넣으면 서로 뒤섞이면서 고소하면서도 진한 랍스터의 맛이 터져나옵니다.

다른 것들도 다 맛있었지만, 이 랍스터는 진짜 한계를 돌파한 맛이 뭔지를 경험하게 해주더군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보통 큰 마음 먹고 가야하는지라 상당수의 손님들은 특별한 기념일에 맞춰서 가곤 합니다. 그래서 예약할 때 아예 무엇을 기념하기 위해 방문하는지를 물어보기도 하죠.

예약시에 생일이라고 했더니 서비스로 나온 생일 축하 초컬릿과 무스 케이크입니다.

이렇게 소소하게 신경을 써 주면 받는 사람은 참 기분이 좋지요. 


디저트로 나온 구운 배 절임. 바닐라 파르페를 곁들여서 나옵니다.

뭐, 맛은 그냥 달달한 배 맛.


블랙 월넛. 개인적으로는 구운 배보다 이쪽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네요.

바나나를 카라멜화 시키고 검은 호두와 스카치 위스키를 넣어서 만든 디저트인데, 뭘 어떻게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표면은 바삭바삭 부서지면서 속은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위스키의 향이 맴도는게 맛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커피. 그리고 쁘띠뿌르 대신해서 나온 건가 싶은 달달한 빵. 

3코스 런치 프리픽스로 먹어서 그런지 이래저래 많이 생략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해산물 요리의 궁극적인 맛이 어떤 건지 경험할 수 있었달까요.

테이스팅 메뉴가 보통 6~7코스 정도 되는데 런치 프리픽스로 두 번 오는게 메뉴 선택하는 데는 더 자유로울 것 같네요. 디저트는 뭐 그렇게 엄청나다고 할 정도로 특출난 건 아니고, 르 버나딘의 진수는 역시 아슬아슬 줄타기하듯 절묘하게 밸런스를 맞추며 요리해내는 해산물에 있으니...

다음에 한번 더 와서 르 버나딘에서 유명한 생선 종류-가자미나 아귀, 송어-를 메인으로 먹어보자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