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출간되던 잡지들 중에 '학생과학'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만화나 가십거리 위주의 월간지가 아니라 나름 과학이나 기술 관련 이야기가 중점으로 실린 책인지라, 실질적 구매자인 부모님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공부에 좀 도움될 것 같은 느낌에 선호하는 잡지였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과학보다는 공상과학 내지는 비과학이 더 많았다는 게 넌센스인데, 특히 외계인 관련 특집기사나 고대 문명의 미스테리 시리즈가 그랬죠.
그리고 그 중 앙코르와트에 관련된 기사도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단색으로 인쇄된 사진에서 보여주는 석상의 얼굴과 나무 줄기에 뒤얽힌 사원의 신비로운 모습은 어린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오랜 세월 끈질기게 머리 속에 남아있다가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라고 고민하는 순간 팍 하고 튀어나와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거지요.
그 결과, 2006년 여름의 어느 날,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거지만, 동남아 지역은 아침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비행기보다는 저녁에 도착하는 게 훨씬 더 여행하기가 수월합니다.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고 비행하는 것 자체도 피곤하고, 출국과 입국 수속에서부터 호텔에 짐 풀기까지 드는 시간과 노력은 곧바로 일정을 시작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걸 감안한건지, 캄보디아 여행의 첫 날 일정은 공연장을 겸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앞쪽 무대에서는 사람들이 나와 전통 무용이나 연극 등을 공연하고,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밥을 먹습니다.
뭐, 디너 쇼가 대부분 그렇지만 공연이나 음식 모두 완전 초특급 일류는 아닙니다. 아무래도 정신이 분산되기 때문에 공연이 화려하면 내가 지금 밥을 입으로 먹는 건지 코로 먹는 건지 모를 지경이 되고, 음식이 맛있으면 공연은 하건말건 그냥 배경음악에 불과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곳은 공연과 음식 양쪽 다 적당히 싼티나는 수준에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균형을 잘 맞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연만 보면서 먹기도 바쁜데, 무려 뷔페식입니다.
익숙한 음식이 널려있는 우리 나라 뷔페도 아니고, 난생 처음 먹는 캄보디아 뷔페인지라 일단은 조심해서 조금씩만 담아옵니다.
쌀국수는 베트남이 유명하지만 태국이나 캄보디아 등 주변 국가의 쌀국수 퀄리티도 만만치 않은 듯 합니다. 워낙 면류를 좋아하는지라 첫 식사때부터 여행 끝날때까지 주구장창 먹었네요. 그밖에도 한접시 담아오면 그 중 한두개는 유독 입맛에 맞는 요리가 있어서 기억해 뒀다가 맨 마지막에 한번씩 더 담아 먹었습니다.
공연은 단순히 무희들이 나와서 춤만 추는 게 아니라 이렇게 전설이나 신화의 내용을 연극으로 풀어 내기도 합니다.
다행히 카메라가 망원 겸용이라 자리에 앉은 채로 당겨서 찍어도 몇 장 건질 수 있었지, 아니었으면 무대쪽으로 가서 사진찍으랴 자리에 돌아와서 밥 먹으랴 진짜 정신없을 뻔 했네요.
캄보디아의 전통 춤. 원래는 로밤이라고 부르는 듯 한데 흔히들 압사라 춤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동남아에서 유명한 춤이라면 무희들이 긴 손톱을 끼고 추는 태국의 훤렙을 꼽게 되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분통 터뜨리곤 합니다. 원래는 캄보디아의 압사라 댄스가 원조인데, 이게 태국으로 넘어가서 가짜 손톱 끼는 걸로 태국 전통 춤으로 포장하더니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오히려 압사라 춤이 가짜 취급을 받는다나요. 임진왜란 때 도공들이 일본에 납치되면서 도자기 문화가 전파되었는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일본 도자기가 한국 도자기보다 더 인정받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렇게 첫 날은 간단하게 밥만 먹고 일정을 마칩니다. 본격적인 여행은 다음날부터 시작이지요.
아침이 밝아오자 호텔 창문을 열어제끼며 활기차고 밝은 하루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놨던 방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눅눅하고 텁텁한 더운 공기가 "어서와, 동남아 열대 기후는 처음이지? 오늘 하루 만만치 않을거야."라고 협박하는 듯 합니다.
그래도 고온 경보 떨어진 북경 시내에서도, 태양이 작렬하는 이집트 사막에서도 살아돌아왔으니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갑니다.
'큰 도시'라는 의미를 지닌 앙코르 톰에서 진정한 캄보디아 여행이 시작됩니다.
앙코르 톰은 여러 유적지가 모여있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높은 성벽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성벽의 동서남북에는 각각 문이 있고, 거대한 문에는 관세음보살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사방을 바라보는 불상과 우거진 수풀이 여행 분위기를 한껏 자아냅니다.
성벽 밖에는 수로가 파여 물이 흐르고, 그 위로 돌로 만든 다리가 놓여있습니다.
다리 난간에는 긴 뱀, 나가가 조각되어 있는데 여러 석상들이 이 뱀의 몸통을 당기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선한 신들인지 표정이 미소를 짓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쪽 난간은 무섭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아수라들이 나가를 당기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앙코르 톰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중앙에 위치한 바이욘 사원으로, 앙코르 왕조의 강력한 왕이었던 자야바르만 7세가 베트남 (당시에는 참파 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세운 불교 사원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죽인 기념으로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불교 사원을 건축하다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 뒤로 힌두교가 유입되면서 불상을 제거하거나 힌두교 석상을 세우며 불교와 힌두교의 혼합 사원이 되어버렸습니다.
바이욘 사원은 '아름다운 탑'이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사면관음상이 새겨진 수많은 탑으로 유명합니다.
50개 가까운 탑에 백여개가 넘는 인면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들어가는 길에 기둥에 새겨져있는 벽화를 자세히 보니, 어제 공연에서 봤던 압사라 무희들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네요.
압사라는 힌두교와 불교 신화에 등장하는 구름과 물의 요정입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음악과 춤에 소질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요.
가끔 이렇게 전 세계를 막론하고 공통점을 보이는 신화의 모습을 보면 신기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물의 님프들이 비슷한 이미지이고, 중세 유럽에서도 물의 요정 운디네는 아름다운 처녀의 모습으로 묘사되곤 하니까요.
사방을 바라보는 사면관음상. 그런데 이 얼굴이 관세음보살이 아니라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을 조각한 거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렇게 얼굴들이 사방에 널려있으니 아무리 미소를 짓고 있다고는 하지만 왠지 고대 문명의 CCTV에 감시받는 기분도 듭니다.
지은 죄가 많아서 그런가...-_-;
바이욘 사원에 새겨진 얼굴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석상. 그래서 '앙코르의 미소'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다들 이 옆에서 사진 찍으려고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가이드 말로는 이 사원에 새겨진 수많은 얼굴들이 다 다르고, 사람마다 가장 좋아하는 얼굴도 다르다고 하는데
내 마음에 쏙 드는 표정의 석상은 따로 있었던 걸로 봐서는 그 말에 수긍이 갑니다.
주로 돌아다니는 여행지가 대부분 유명한 관광지인지라 어딜 가나 사람들이 북적거릴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갑자기 조용해지며 그 많던 사람들이 안 보이는 순간이 찾아 올 때가 있습니다.
바이욘 사원을 다 구경하고 돌아나가던 중, 뭔가 고요하고 평화로운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봅니다.
북적거리던 관광객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그 덕에 사원 중심에 놓인 불상까지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석탑에 조각된 관음상들이 미소를 띄우며 나를 배웅합니다. 유적 속에 나 홀로 존재하며 교감을 나누는 느낌이랄까요.
3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고, 사진 찍기가 무섭게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기둥 뒤나 벽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시끄러운 관광지 분위기로 돌아왔지만, 왠지 모르게 축복을 받았다는 느낌은 계속 남아있습니다.
숲 속으로 난 길을 따라 산책하듯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돌계단을 지나고 문을 넘으니 갑자기 탁 트인 벌판이 나오며 시원한 기분이 듭니다.
들판 한쪽 끝에는 돌을 쌓아올려 만든 높은 단상이 있고, 단상에는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코끼리, 에라완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에라완은 힌두 신화에서 인드라 신을 태우고 다니는 하얀 코끼리로, 흰 구름의 코끼리나 싸우는 코끼리라고도 불립니다.
코 끝에서 왠 물을 저렇게 수도꼭지마냥 토해내나 싶었는데, 가이드 말로는 연꽃을 건져올리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이 단상은 바이욘 사원을 세운 자야바르만 7세가 군인들을 사열하기 위한 사열대 용도로 사용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냥 돌을 쌓아놓기만 해도 됐을텐데 이렇게 코끼리 조각을 세세하게 한 걸 보면서 '사열대'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이게 전형적인 군대 삽질의 결과물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행보관, 이 사열대가 말이야, 너무 밋밋한 느낌이 들지 않아? 병사들 사기 진작을 위해서 조각을 좀 해서 환경미화를 하는게 어떤가?"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각하."
"그래, 이왕 하는거 인드라신이 타고 다니는 전투 코끼리를 조각하도록 하게. 쩨쩨하게 한 두개 하지 말고 좀 근사하게. 무슨 말인지 알지?"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행보관이 손재주 좀 있는 병사들 모아다가 포상 휴가를 걸고 열심히 돌을 쪼기 시작하는 거죠.
뭐, 실제로 이랬을 리야 없지만 군복무 시절 머리에 별모자 쓴 아저씨가 '요즘엔 가을 분위기가 안 나네' 한마디 하니까 전 부대 장병들이 열심히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었던 걸 생각하면 반사적으로 이런 상상이 듭니다.
코키리 테라스 옆에는 레퍼왕 (혹은 라이왕)의 테라스가 서 있습니다. 해석하자면 문둥병 왕의 테라스지요.
테라스 옆에 석상이 하나 있는데, 이 석상이 힌두교 신화에서 뱀과 싸우다 그 피가 튀어 문둥병에 걸렸다고 일컬어지는 왕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테라스 벽면에는 나가와 조그만 석상들이 빼곡히 조각되어 있습니다. 조그만 석상이라고는 해도 1미터는 되는지라 6미터가 넘는 벽면 가득한 조각을 보면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이 듭니다.
앙코르 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타프롬 사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울창한 정글에 뒤덮인 잊혀진 사원이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곳이죠.
입구에는 관광객들 상대로 연주를 하는 지뢰피해 군인들이 앉아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캄보디아 사람이나 태국 사람 구분 못하듯이 이들이 보기엔 한중일 삼국에서 온 사람들이 똑같이 보일법도 한데, 기가 막히게 국적을 맞춰냅니다.
한국 사람들이 온다 싶으면 한글 안내판 걸어놓고 아리랑을 연주하고, 중국 사람들이 오면 또 거기에 맞춰 간판을 바꾸고 중국 노래를 연주합니다.
워낙 지뢰 피해자들이 많은 데다가, 나라가 가난해서 정부 지원하기도 어려우니 이렇게라도 먹고 살라고 직업 교육을 시켜 공연을 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나타나는 타프롬 사원.
처음으로 했던 해외여행이 북경 패키지 관광이었는데, 아줌마 아저씨들의 부부동반 모임이 일행이었습니다. 그 일행이 가끔 "우리 캄보디아 여행 갔을 때 이랬는데.."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들으며 감짝 놀라며 존경의 눈으로 바라봤었는데, 왜냐하면 그 당시만 해도 캄보디아와 앙코르와트는 무성한 밀림을 헤치고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과 동급의 오지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죠.
실상은 냉방 잘 되는 버스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으면 나오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원에서 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잊혀진 신전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만들어 냅니다.
반쯤 무너져서 이끼가 낀 돌기둥, 배경으로 서 있는 우거진 숲, 사원 안으로 뿌리를 뻗어오는 나무들까지.
원래는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여기서 찍으려고 했는데, 캄보디아 정부에서 돈을 너무 많이 요구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고 하지요.
그 뒤로 툼레이더 영화를 이곳에서 촬영하면서 유명세를 타긴 하지만요.
워낙 여기저기 많이 무너져 있는지라 어찌보면 건축 폐자재 야적장 분위기가 나기도 합니다.
건축 특성상 돌 블럭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게 무너져서 쌓여 있으니 세월의 흔적과 관록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왠지 폭격 맞은 폐허 느낌이랄까요.
타프롬 사원이 갖는 특유의 분위기는 나무뿌리가 사원을 얽어 매면서 드러납니다.
뽕나무과의 나무들이라고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담을 넘어오는 것 마냥 뿌리가 돌담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은 것처럼 사원을 뒤덮고 있는 나무 뿌리.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처럼 고대의 나무 정령들이 깃들어서 움직이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그 뿌리가 사원을 점점 파고들고, 결국에는 돌을 부수고 벽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문화재 보존의 측면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입니다만
이미 너무 깊게 퍼져서 섣불리 나무를 제거했다가는 그대로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는데다가, 이 나무들이 없으면 타프롬 사원이 갖는 특징이 사라져버리는 지라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죠.
사원 내부에서 바라본 하늘.
원래는 벽에 나 있는 구멍에 각종 보석을 끼워넣어 햇빛을 반사시켰다고 하는데, 당연하게도 누군가가 다 빼가고 하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관광객들 입장 수입으로 이런거나 좀 복원해주면 좋을텐데...
나무가 사원에 뿌리를 뻗어 덩치를 키운 것으로도 모자라서 그 위에 기생 덩굴까지 자라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만화가 중에 장 클로드 갈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그린 만화는 한 컷 한 컷이 다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세밀하고 웅장한 그림을 보여줍니다. 국내에서는 '죽음의 행군'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판되기도 했지요. 그 책에 수록된 에피소드 중 하나를 보면, 주인공이 이끄는 군대가 버려진 사원에서 하룻밤 숙영하는데 '죽음의 신의 머리카락'이라고 불리는 덩굴들이 습격해서 사람들을 옭아매고 어둠 속으로 끌고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작가가 타프롬 사원의 모습에서 뭔가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나무 덩굴과 뿌리가 버려진 사원을 파고들며 서서히 그 세력을 넓히는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신비롭다가도 나중에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들 정도니까요.
이 사원 역시 바이욘 사원을 지은 자야바르만 7세가 만들었습니다. 어찌보면 고대 문명의 유명한 건축물들은 다 극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세계의 불가사의라고 꼽힐 정도로 위대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동력과 자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왕이나 권력가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갖춤과 동시에 건축이나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여야만 가능한 일이니까요.
타프롬 사원 내부의 건물 중 하나, 통곡의 방.
원래 이 사원은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위해 지은 곳인데, 나중에 왕이 병에 걸리자 왕의 어머니가 이 곳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신기한 점은, 이 속에서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시끄럽게 굴어도 메아리가 치지 않는데 유독 사람이 가슴을 치면 그 소리가 마치 큰 북을 울린 것 마냥 방 안에 둥둥 메아리가 울린다는 점입니다. 다들 신기해하며 가슴을 치느라 나중에는 가슴이 아프고 멍이 들 정도.
이렇게 오전 일과가 끝납니다. 누가 일정 짠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패키지 여행이라고 해도 그렇지 그야말로 살인적인 여정입니다.
앙코르 톰, 타프롬, 앙코르 와트 등 유적지가 나름 한 동네에 몰려있긴 하지만 워낙 볼 거리가 많아서 적어도 이틀은 할애해야 할 듯 싶은데,
여행상품 구성하면서 이틀치 입장권 끊으면 가격도 뛰고, 일정이 널럴하면 본전 뽑으려는 고객들은 클레임도 걸고 하기 때문인지 이렇게 빡빡하게 돌아다니는 듯 합니다.
그나마 가이드가 동선 잘 짠 덕에 헤매지 않고, 냉방 잘 되는 전세버스를 타고 이동하니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습식 사우나 들어온 것 마냥 습도도 높고 더운데 길이라도 잃고 헤매면 체력이 방전되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니까요.
이제 점심 식사를 하고 나면 이번 여행의 메인, 앙코르 와트를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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