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요리를 하면서 가장 자주 만든 걸 꼽으라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주구장창 만들어대는 메뉴가 바로 티라미수입니다.
만들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막상 만들면 뭔가 있어보이는 분위기 덕에 선물용이나 손님 접대용으로 만들기도 좋지요.
재료로는 달걀, 생크림, 마스카포네 치즈, 레이디핑거 쿠키, 코코아 가루, 깔루아, 에스프레소가 들어갑니다.
우선 에스프레소를 뽑아서 깔루아를 섞어줍니다. 이걸 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크림을 만드는 동안 사용하기 좋게 미지근해집니다.
에스프레소는 대략 4~6샷 정도 뽑고, 깔루아는 풍미를 살리는 정도로 약간만 넣어줍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사기 전에는 스타벅스에서 에스프레소를 샀는데, 6샷 주문하면 종업원이 '카페인으로 자살하려고 그러나'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기도 했지요.
의외로 티라미수 만드는 비용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일리 캡슐머신을 사용중인데, 에스프레소 캡슐값만 $5 이상은 들거든요.
에스프레소 구하기가 힘들다면 커피를 진하게 타서 사용해도 되지만, 그럴 경우엔 아무래도 크림치즈의 맛에 좀 가려지는 느낌이 듭니다.
달걀 노른자 3개를 중탕으로 서서히 가열하면서 거품기로 저어줍니다. 중간중간 설탕을 조금씩 넣으며 커스타드 크림을 만듭니다.
크림을 잠시 식혔다가 마스카포네 치즈를 넣고 다시 거품기로 돌려줍니다.
질 좋은 마스카포네 치즈를 사용하는 것이 티라미수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재료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탓에 많은 제과점에서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를 사용한다고도 하죠.
커스타드+마스카포네를 단단하게 거품낸 생크림에 섞어줍니다. 사실 마스카포네 치즈도 생크림으로 만드는 거고, 이탈리아 오리지널 레시피에는 생크림을 넣지 않고 마스카포네만으로 만들기도 합니다만 좀 더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을 내려면 생크림 좀 섞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레이디핑거 쿠키를 에스프레소에 적셔서 그릇에 깔고, 그 위에 크림치즈를 덮고, 다시 쿠키를 깔고, 치즈를 덮습니다.
보통 2단을 많이 하는데, 케잌 대용으로 만들 때는 3단까지 올리는 경우도 간혹 보이기는 합니다.
레이디핑거는 수분을 굉장히 빨리 흡수하기 때문에 너무 오래 담그면 금방 부서집니다. 아주 잠깐 살짝살짝 담근 다음 크림치즈에 묻어두면 몇시간 지나지 않아 수분을 알아서 흡수하면서 부드러워 집니다.
쿠키에 기본적으로 설탕이 무진장 많이 붙어있는 관계로 티라미수 만들 때는 추가로 사용하는 설탕의 양을 극도로 줄이곤 합니다. 커스타드 만들 때나 생크림 휘핑할 때, 크림화가 가능하게 만드는 최소량의 설탕만 넣지요. 그냥 빵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레이디핑거를 사용할 때는 여기저기 넣는 설탕이 더해지면서 너무 달아지더라구요.
용기에 차곡차곡 쌓아넣은 티라미수를 서너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어 식힙니다. 크림이 단단하게 굳어지고 딱딱한 부분이 남아있던 레이디핑거 쿠키가 부드러워질 여유를 주는 거지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티라미수를 사각형으로 잘라서 접시에 담은 후, 100% 코코아 가루를 뿌려주면 완성입니다. 집에서 막 퍼묵퍼묵 할 거라면 미리 코코아 가루를 뿌려두는 것도 괜찮지만, 칼로 자를 때 가루가 묻어나면서 단면이 좀 지저분해지는 걸 감수해야 합니다.
접시에 묻은 코코아 가루를 닦아내면 완성.
'나를 끌어올리다'라는 그 이름처럼, 먹으면 기분이 막 좋아지는 티라미수입니다. 이탈리아의 제과점에서 팔다 남아서 말라버린 쿠키를 재활용하기 위해 만든 게 시초라는데,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겠죠. 일본의 버블경기가 한창일 때, 티라미수에 꽂힌 일본인들이 대 유행을 만들었고 본토 티라미수를 배워오겠다고 요리사들이 대거 이탈리아로 날아갔다는 말도 있습니다.
저도 본격적으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티라미수였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후식으로 '제대로 만든' 티라미수를 먹고 충격받아서 남대문 시장 뒤져서 마스카포네를 구입하고 직접 만든 게 시작이었으니까요.
고소한 크림치즈와 커피맛 나는 달달한 쿠키, 그리고 코코아 가루가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맛의 하모니를 만들어 냅니다.
코코아 가루가 위로 오게 해서 먹다가 잘못하면 기침을 유발할 수 있으니 요령껏 가루가 혀에 닿도록 먹는게 좋습니다.
오븐이 필요없는 메뉴인지라 자주 만들다 보면 냉장고에서 식히는 시간 제외하고 2~30분만에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일단 익숙해지면 실패할 확률도 거의 없는 메뉴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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