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백작이 그의 요리사 덕에 불멸의 명예를 얻었지만, 그 뒤로 태어난 수많은 종류의 샌드위치의 진정한 발명자가 누구인지 일일히 알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참치 샌드위치는 참치 통조림의 역사와 그 맥락을 함께 합니다. 참치 통조림이 1900년대 들어서면서 대중화 되었고, 1910년대에는 통조림 참치와 마요네즈를 섞어 만드는 참치 샐러드가 레시피북에 실렸습니다. 그리고 1900년대 중반에는 참치 샌드위치의 레시피도 미국 전역에 퍼져나갔습니다.
샌드위치가 재료를 빵 사이에 끼워먹는 매우 단순한 요리인지라 누가 최초로 참치 샐러드를 빵 사이에 끼웠는지에 대한 객관적 사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설에 따르면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울워스 레스토랑 주방장이 최초로 만들었다는 말이 있지요.
당시 주방장은 손님이 주문한 그릴드 치즈 (빵에 버터를 바르고 치즈를 끼워서 토스트한 요리)를 만들고 있었는데, 실수로 참치 샐러드가 담긴 보울을 엎고 맙니다. 그릴드 치즈에 참치와 마요네즈의 혼합물이 수북히 쌓였죠. 주방장은 손님에게 사과하며 새로 만들테니 기다려 달라고 하지만, 참치 샐러드가 부글부글 끓으며 익는 냄새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손님은 그냥 참치 샐러드가 토핑된 그릴드 치즈를 먹겠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튜나 멜트, 더 나아가 참치 샌드위치의 시작이었다는 거죠. 이게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실수에서 비롯된 맛있는 발명품이라는 점에서는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오랜 세월 전세계에서 사랑받은 참치 샌드위치 답게, 그 내용물의 베리에이션 또한 엄청나게 많은 수를 자랑합니다. 이번에 만드는 튜나 멜트는 백주부식 참치 샌드위치를 기반으로 합니다. 기본 레시피에서 사용하는 샐러리 대신 단무지가 들어가고, 식초와 설탕으로 맛을 더하는 버전이지요. 재료는 참치 통조림, 마요네즈, 식초, 설탕, 후추, 단무지, 양파, 당근, 게맛살입니다.
당근, 양파, 단무지를 잘게 썰어서 준비합니다. 칼로 다지다 보면 손목이 아프니 이 기회에 쵸퍼 하나 장만하는 것도 좋습니다.
게맛살은 칼로 다지는 것 보다 손으로 찢어서 준비하는 게 더 식감이 좋습니다.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손끝으로 비벼주면 잘게 갈라집니다.
재료를 보울에 담고 마요네즈, 후추, 설탕, 식초를 뿌려줍니다. 일단은 조금씩 뿌리고 맛을 봐가며 조미료를 추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푼이나 주걱으로 잘 섞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옥수수 통조림이나 완두콩 통조림을 넣어도 좋더라구요. 하지만 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건 오히려 맛을 해칠 수도 있으니 오늘은 게맛살과 단무지를 추가재료로 넣은 것에 만족하기로 합니다.
버터를 발라 살짝 구운 토스트 위에 참치 샐러드를 듬뿍 얹고 치즈를 한 장 얹어 오븐에 구워줍니다.
치즈가 약간 흐물흐물하게 녹는다 싶을 정도로 구워주면 됩니다.
완성된 튜나 멜트. 보통 튜나 멜트 레시피에는 토마토가 들어가는데, 이상하게 제 입맛에는 맞지 않더군요. 뜨근하고 흐물흐물한 토마토가 어울리는 샌드위치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참치 샐러드에 얹어먹기는 좀 꺼려집니다.
식초의 신 맛도 좋지만 반으로 잘라서 그 단면에 레몬즙을 살짝 뿌려먹어도 좋습니다.
반으로 잘라서 보는 단면도. 게맛살을 넣어주면 왠지 내용물이 훨씬 더 충실해 보입니다.
일반적인 참치 샌드위치와는 다르게 뜨거운 참치 샌드위치인지라 처음 먹을 때는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버터바른 토스트 위에 뜨거운 참치 샐러드와 반쯤 녹은 치즈의 궁합이 의외로 좋습니다.
오븐으로 구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손이 좀 더 가는 요리이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한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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