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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Eat/프랑스:France

[프랑스] 라따뚜이, 가정식 모듬야채 요리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봤던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인 '라따뚜이(http://blackdiary.tistory.com/284)'. 

처음 개봉할 때만 해도 라따뚜이가 무슨 뜻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만, 영화가 성공한 덕분인지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식 모듬야채 요리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쥐, 레미가 만들어내는 라따뚜이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이라 그런지 상당히 호화스러운 버전입니다. 원래 라따뚜이라고 하면 그냥 집에 있는 채소 대충 썰어넣고 토마토 소스와 함께 팬에 볶거나 오븐에 구워내는 가정식 요리지요.'

실제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악당 평론가인 안톤 이고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먹는, 스튜처럼 보이는 음식이 일반적으로 많이들 먹는 라따뚜이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왕 만드는 거 좀 멋을 부려서, 애니메이션에 나온 버전으로 만들어 보도록 하지요. 이렇게 멋을 부린 라따뚜이는 콘핏 비야르디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더라구요.

재료는 양파, 토마토, 애호박, 가지를 사용합니다. 가정식답게 그냥 냉장고에 있는 채소 남은 것들을 써도 되지만, 일단은 이게 기본.


토마토는 칼집을 내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줍니다.

껍질이 흐물흐물하게 변하면 요리용 집게나 젓가락 등을 이용해서 껍질을 벗겨줍니다. 토마토 껍질 씹히는 게 상관없을 때는 생략해도 되는 부분입니다.


토마토 데치는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호박과 가지를 얇게 썰어줍니다.

두께를 가급적 균일하게 썰어야 한데 겹쳐놓을때 예쁘게 보입니다.

가지가 워낙 커서 너무 큰 조각은 한번 더 잘라줘야 했다는 게 좀 아쉽네요.

원래는 토마토도 함께 썰어서 겹치기도 하는데, 토마토 소스에 넉넉하게 넣으니 패스.


얇게 썬 양파를 살짝 볶다가 껍질 벗긴 토마토를 넣고 으깨줍니다. 토마토에서 물이 충분히 나오기 때문에 물을 따로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설탕, 소금 등으로 간을 하고 바질을 뿌려줍니다.


걸쭉하게 끓여낸 토마토 소스를 오븐 팬에 깔고, 얇게 썬 호박과 가지를 빙 둘러가며 얹어줍니다.

마지막으로 소스 약간을 위에 뿌려서 맛이 잘 배어들게 해도 좋습니다.


180도 오븐에 20분 정도 구워줍니다. 멋을 부리지 않는다면 대충 썰어서 토마토 소스와 함께 팬에 살짝 구워줘도 됩니다.

정말 옛날식 가정요리라면 큰 솥에 다 쏟아넣고 오랫동안 삶듯이 요리해도 되지요. 이렇게 요리할 경우엔 국물이 적은 야채스튜에 가까워 집니다.

사실 라따뚜이는 레시피가 워낙 다양한지라 뭐가 오리지널 레시피라고 딱 잡아 말할 수 없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김치 담그는 법이 집집마다 다 다르듯이 말이죠.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것처럼 조금만 덜어서 플레이팅. 데친 아스파라거스를 하나 올리고 파마산 치즈를 뿌려서 완성입니다.

이렇게 접시에 담아서 먹을 수도 있고, 파스타 삶아서 얹어먹어도 좋고, 빵에 올려먹어도 맛있고, 심지어는 밥 반찬으로 먹어도 은근 괜찮습니다. 

원래는 스튜 그릇에 국물 자작하게 담아서 뜨거울 때 스푼으로 퍼묵퍼묵하는 게 더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접시에 담으면 아무래도 금방 식거든요. 


대충 집에 있는 재료를 써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는데다가 맛도 좋아서 은근 자주 해먹게 되는 요리입니다. 

그런데 라따뚜이 영화에서는 안톤 이고가 이 요리를 먹고는 어릴 적 부모님이 해주신 그 맛이라며 개과천선(?)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생각해보면 손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나라로 치면 최고급 한정식집에 갔더니 한줌도 안되는 김치와 돼지고기가 그럴듯하게 플레이팅해서 나왔는데 먹어보니 예전에 어머니가 해줬던 김치찌개 맛이더라...라는건데, 이건 달리 말하면 한끼에 수십만원짜리 고급식당에서 먹은게 집 밥 맛이라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