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먹기:Eat/프랑스:France

[프랑스]딱딱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부드럽고 달콤한 속마음, 크렘브륄레

오늘의 디저트는 크렘브륄레.

프랑스에서 유래된 디저트로, 직역하자면 '태운 크림'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실 태운 건 위에 올리는 설탕이고 크림 자체는 안 타요.

재료는 달걀, 생크림, 우유, 설탕, 바닐라 빈.

재료만 놓고 보자면 구하기도 쉽고 그닥 복잡하지 않아 보이지만 의외로 난이도가 좀 있는 요리입니다.


우선 달걀 노른자를 분리해서 따로 모아줍니다.

왠지 알집과 이스트소프트가 생각나는 노른자 분리기네요.

제과제빵 하다보면 노른자만 쓰는 메뉴가 많아서, 그럴 때면 흰자는 참 처치 곤란입니다.

보통은 설탕 넣고 거품기 돌려서 머랭 쿠키를 굽곤 하는데, 크렘브륄레가 이미 달달한 디저트인지라 또 만들기도 그렇고...

그냥 구워서 노른자 없는 달걀 후라이로 먹게 되네요.


바닐라빈은 세로로 길게 반으로 갈라서 그 안에 든 씨앗을 칼 끝으로 긁어냅니다.

냄비에 우유와 크림을 1:1로 넣고 바닐라빈을 투하. 바닐라빈을 쓰다보면 바닐라 에센스는 못 쓰겠더라구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도 저 조그만 검은 알갱이가 없으면 왠지 허전합니다.

크림은 끓기 직전까지 가열한 다음 불에서 내려주면 됩니다.


크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노른자에 설탕을 넣고 거품기를 돌려줍니다.

완전히 커스타드 크림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거품기가 지나가는 흔적이 남을 때까지 거품을 내 줍니다.


노른자에 크림을 조금씩 부어가며 잘 섞어줍니다. 급한 마음에 한꺼번에 부어버리면 달걀이 익으면서 우유계란탕이 되어버리니 조심.

혼합물을 체에 걸러가며 오븐 용기에 담아줍니다.

깊이가 있는 팬에 그릇의 2/3정도 높이로 올라올 만큼 뜨거운 물을 붓고 약 170도~180도 오븐에서 40분 쯤 구워줍니다.

다 구워지면 꺼내서 식혔다가 냉장고에 넣고 한두시간 쯤 기다려서 크림이 굳도록 합니다.

 

차갑게 식으면 냉장고에서 꺼내서 설탕을 한 스푼 뿌리고 토치로 태워줍니다.

처음에는 설탕이 투명하게 녹다가 부글부글 끓으면서 갈색으로 변합니다.

살살 태워서 옅은 갈색이 나면 단 맛이 강하고, 좀 더 태워서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이 되면 특유의 씁쓸한 맛이 강해집니다.


완성된 크렘브륄레.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고 달달해서 식후 디저트로 먹기에 딱 좋지요.


스푼으로 설탕 표면을 탁탁 두드려서 깨면 부드러운 크림이 나옵니다.

옛날에 우유푸딩 만들려다가 달걀 한판을 말아먹은 적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됐네요.

보기에는 참 쉬운데, 그리고 일단 한 번 성공하면 다시 성공하기도 어렵지는 않은데, 여기저기 실패하게 만드는 변수가 널려있어서 만들 때 긴장되는 메뉴입니다. 달걀물 섞인 뜨거운 우유와 계란탕 사이에서 절묘하게 밸런스를 잡아야 가능한 디저트거든요. 달걀과 크림의 비율이 잘못되거나 온도 조절에서 삐끗하면 여지없이 실패하게 됩니다.

성공률을 높이려면 젤라틴같은 사마외도의 물건을 넣거나, 좀 고급스럽게 마스카포네 치즈를 섞어넣어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과 바삭바삭 부서지며 단 맛이 나는 설탕 껍질의 조화가 일품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사용한 그릇이 보통 크렘브륄레 용기보다 좀 더 큰 녀석이라 한 그릇에 양이 거의 2배는 나옵니다.

문제는 '반만 먹어야지'라고 결심을 해도 먹다 보면 어느 새 다 먹어버린다는 거.

크렘브륄레 전용 6pcs 셋트를 지를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