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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Eat/미국:U.S.A

[미국] 코코아 플랜더스

"하그레이브스는 소령이 민트 줄렙을 만드는 모습을 볼 때면 넋을 잃곤 했다. 칵테일을 만드는 소령은 예술가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으며, 그 과정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민트를 으깰 때의 정교한 솜씨, 재료를 계량할 때 보여주는 정확성, 그리고 그 혼합물 위에 반짝이는 붉은 색 과일과 초록색 잎사귀를 얹어놓는 세심함까지. 마지막으로 잘 고른 귀리 빨대를 짤랑대는 얼음 사이로 끼워넣고 손님에게 권하는 그 우아한 모습!" - 오 헨리, "하그레이브스의 이중생활" 중에서

음식은 완성된 모습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그 만드는 과정 역시 하나의 예술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우아함이 넘칠 때도 있습니다. 단순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군침을 꿀꺽 삼키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뭔가 아름답다고 느끼게 만드는 수준.

전에 언급했던 '세계 최고의 샌드위치(http://40075km.tistory.com/15)'를 만드는 아담 샌들러의 모습이 그렇고, 심슨 극장판에 등장하는 코코아 만드는 네드 플랜더스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코코아를 만드는 데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 싶겠지만, 동영상을 보면 그 과정은 멋지게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의 모습에 비교할 만 합니다.

"코코아는 계집애들이나 먹는 거예요"라던 바트 심슨도 한 모금 마셔보고는 "오마이갓"을 외치죠.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유, 코코아 가루, 휘핑 크림, 판 초컬릿, 마쉬멜로우, 웨하스.

초컬릿을 갈아줄 강판과 마쉬멜로우를 구워줄 토치도 준비합니다.

코코아 플랜더스는 빠른 시간내에 만드는 것이 생명인지라 재료들을 쓰기 좋게 하나씩 꺼내놓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우유를 따뜻하게 데운 다음 코코아 가루를 넣어줍니다.

시판되는 코코아 가루는 설탕 함량이 너무 높은데 여기에 웨하스에 마쉬멜로우까지 더하면 너무 달아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코코아 만들 때는 100% 카카오 가루를 쓰고 설탕을 따로 조금 넣어주는 편을 선호합니다.

더 좋아하는 건 초컬렛을 녹여서 만드는 핫초코지만, 이건 하루는 묵혀놨다 먹어야 제맛인지라 자주 해먹지는 않습니다.


휘핑크림을 듬뿍 얹어줍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손을 재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뜨거운 코코아 위에 올라간 휘핑크림이 녹기 시작하거든요.

웨하스를 크림에 푹 꽂아줍니다. 플랜더스는 크림 한 가운데 꽂는데, 이럴 경우 나중에 마쉬멜로우를 얹으면 그 무게에 못 이겨서 웨하스가 가라앉습니다.

머그컵 가장자리에 무게가 분산될 수 있도록 살짝 걸쳐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기울여서 꽂아버리면 휘핑크림이 밀려날 수 있으니 주의.


판 초컬릿을 강판에 갈아 즉석 스프링클을 만들어 뿌려줍니다. 단순히 초컬릿 맛을 더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부드러운 휘핑크림에 살짝 씹히는 듯한 식감을 보태주는 역할도 합니다. 

웨하스 위에 휘핑크림을 살짝 올려서 접착제 역할을 하도록 합니다.


동영상에서는 마쉬멜로우를 웨하스 위에 얹은 다음 토치로 굽는데, 직접 해 본 결과 웨하스에 올린 크림이 열기에 녹아서 떨어집니다.

웨하스가 가라앉지 않는 것도 그렇고, 크림이 단단한 걸로 봐서는 일반적인 휩크림이 아니라 다른 것을 사용했을 수도 있겠네요.

어쨌거나 마쉬멜로우를 구워서 얹어주면 완성!

이 모든 과정을 늦어도 30초 내로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늦어질수록 크림이 녹고, 크림이 녹으면 웨하스를 지지하는 힘이 약해지고, 웨하스가 기울면 마쉬멜로우가 떨어지고... 총체적 난국이 찾아옵니다.

맛은 굉장히 맛있습니다. 코코아+휘핑크림이나 코코아+마쉬멜로우 조합은 잘 알려진 레시피인데 이 두가지를 한꺼번에 섞은 게 맛이 없을 리가 없지요.

구운 마쉬멜로우는 바삭바삭한 껍질을 즐기며 가장 먼저 먹어주느냐, 아니면 맨 마지막까지 놔뒀다가 코코아에 녹여 먹느냐 갈등하게 만듭니다.

웨하스는 끝부분은 코코아에 촉촉하게 적셔져 있고, 중간 부분은 크림이 묻어나오고, 그러면서도 손잡이로 쓰는 부분은 바삭바삭한 게 마음에 드네요.

한 모금 마시면 따뜻한 코코아가 입 안에 들어오고, 곧이어 부드러운 휘핑크림이 섞여 들어오고, 초컬릿 스프링클의 질감이 살짝 느껴지다가 녹으며 한층 더 진한 초컬릿 맛을 냅니다.

추운 겨울에 먹기 딱 좋은 메뉴. 그런데 올 겨울은 워낙 따뜻해서 이런 겨울 음료 만들어 먹을 기회가 별로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