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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Eat/이탈리아:Italy

[이탈리아][미슐랭2스타] 뉴욕 마레아: Marea in NYC

맨하탄 브로드웨이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센트럴 파크.

그리고 그 경계에 위치한 '콜럼버스 서클'이라고 불리는 로터리가 있습니다.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보니 유명한 음식점들도 많이 몰려있는데,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만 해도 장 조지, 퍼세이, 마사. 여기에 미슐랭 2스타인 마레아까지 몰려있습니다.

다른 곳이었다면 나름 동네에서 제일 잘나가는 맛집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워낙 쟁쟁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 틈에 끼어서인지 그닥 유명세를 타지는 못하고 있죠. 해산물 요리를 먹고 싶은데 르 버나딘 예약이 안될때 대안 취급 받는 정도?


마레아를 디너 타임에 안 가봐서 잘은 모르겠는데, 런치 타임만 놓고 보자면 확실히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다른 고급 레스토랑들은 요리에 집중하려는 손님들이 즐비한 반면, 마레아는 엄청 잘 나가는 비지니스맨들이 밥 먹으러 오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인지 런치 타임에 가 보면 양복을 빼 입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기본 빵과 추가로 주문한 아이스 티.

빵은 종업원이 트레이를 들고 다니면서 서빙하는데, 그냥저냥 무난합니다.

그보다 경악을 금치 못한 건 어뮤즈가 없다는 거! 아무리 런치라지만 그래도 프리픽스를 주문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개인적으로 어뮤즈를 굉장히 중요시 하는지라 좀 실망입니다.


마레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는 비지니스 런치 코스라지만, 2코스 비지니스 런치 먹는 사람들 틈에서 꿋꿋하게 5코스 프리픽스를 시켜 먹습니다.

첫번째 코스는 Assagio de Tre. 세가지 맛보기 메뉴로, 신선한 생선회가 나옵니다.


안티파스티로 나온 랍스터. 노바스코타 랍스터에 바질, 치즈, 가지 등을 곁들인 메뉴입니다.

맛은 있는데 뭐랄까, 랍스터를 이렇게 갈아넣기엔 좀 아깝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분명 랍스터를 먹었는데 왠지 랍스터를 먹은 느낌이 안 든다고나 할까요. 캐비어로 끓인 알탕을 먹으면 이런 느낌이려나... 


마레아의 시그니쳐 메뉴, 게살과 성게알을 넣은 파스타입니다.

바다 느낌이 물씬 풍기는 요리. 살짝 좀 짠 느낌도 있는데, 빵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습니다.

일본 식문화가 서양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소개되면서 예전같으면 흔히 보지 못 했을 재료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성게알이라던가 문어라던가 와사비라던가...

메이지 유신 당시 일본에서 프랑스 요리를 대거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서양에도 먹힐만한 일본식 요리를 꾸준히 홍보한 여파일 겁니다.

당장 미슐랭 별 갯수만 해도 프랑스의 뒤를 이어 세계 2위가 일본이니까요.  


믿고 가는 조합, 아스파라거스와 관자 요리입니다.

오래간만에 큼직한 조개 관자를 보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느라 양념이 그닥 강하지는 않은데, 요리 자체만 놓고 보면 만족스럽지만 하필이면 우니 파스타 뒤에 오는 바람에 좀 불만입니다. 


아이스크림과 파운드 케이크, 딸기 셔벗 등이 모듬으로 올라온 디저트. 완전 맛있네요 +_+

차가운 돌 접시 위에 놓인 여러가지 디저트가 보기에도 시원스럽습니다.

조각난 딸기는 액체질소로 얼려서 부순 듯. 집에서도 저거 좀 만들어보고 싶은데 개인이 액체질소 구하는 게 쉽지가 않은지라...


쁘띠뿌르라고 하기엔 좀 뭣한... 토로네 (torrone). 이탈리아 전통 누가 디저트로, 꿀과 달걀 흰자, 견과류 등을 섞어서 만듭니다.

처음 보는 과자인지라 왠지 손에 찐득찐득하게 묻을 듯한 비주얼에 겁먹고 포크를 달랬는데 웨이터가 '뭐지, 이 촌놈은'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단단한 캐러맬 느낌입니다. 

왠지 고급 디저트라기보다는 동네 밥집에서 밥 먹고 나면 계산서와 함께 주는 박하사탕을 좀 더 업그레이드 한 느낌 -_-;;

전반적인 느낌이라면 런치 타임에 가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푸짐하고 화려한 코스 요리를 먹었다기보다는 그냥 맛있는 해산물 단품 요리를 여러 개 주문해서 먹은 느낌입니다. 시그니쳐 메뉴만 놓고 봤을때는 다른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들이 신선한 재료 본연의 담백한 맛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반면, 마레아에서는 강렬한 바다의 임팩트를 주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다보니 다른 코스 요리들이 메인이 주는 임팩트에 묻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뭐, 이건 한 접시 먹고 판단할 게 아니라 다른 유명한 메뉴인 문어나 생선 한두가지 더 먹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요. 

개인적으로는 코스 요리로 먹기보다는 그 돈으로 비지니스 런치 두 종류씩 여러번 골라 먹는 게 더 나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