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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Eat/한국:Korea

[한국]해운대 음식점 투어


서울에서 점심먹고 기차타고 스리슬슬 부산에 도착. 부산에서 또 다시 지하철 타고 스리슬슬 해운대 도착.


호텔에 짐을 풀어놓으니 저녁 먹을 때가 다 되어갑니다.


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먹어야지!라고 외치며 횟집으로 돌진했습니다.


해운대 서쪽은 동백섬이 있고 동쪽은 달맞이길이 있는데 달맞이길과 해운대 백사장의 중간쯤 되는 부분에 횟집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그냥 가깝에 눈에 띄는 부산횟집으로 들어갑니다.


일단은 스끼다시부터. 번데기, 소라, 문어, 전복, 해삼, 멍게, 개불, 새우, 김치전, 순두부, 단호박찜, 삶은 콩, 콘치즈, 미역국 등이 나옵니다.




뭐, 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해운대 횟집에서 회를 먹는다는 건 저렴하게 많이 먹는다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요즘엔 바가지 씌우는 업소에 대해 신고하거나 민원 넣을 수가 있어서인지 옛날처럼 뒷통수 제대로 얻어맞는 경우는 뜸하지만, 그래도 기본가격이 뻥튀기되는 관광지 물가 자체는 무시할 수 없죠.


모듬회 가장 작은 걸 시켰더니만 중간에 생선회 대신 오이가 한 줄 끼어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대에서 먹는 이유라면 다른 동네로 또 나가기 귀찮고, 바다를 보며 회를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죠.


아마 발품 좀 팔았으면 1~2만원 정도는 더 저렴하게 먹었거나, 그만큼 회가 더 많이 나왔거나 했을 듯.


그런데 생선회야 그렇다쳐도 매운탕 먹으면서 공기밥을 추가로 주문했는데 밥이 반만 담겨있던건 빈정상하더군요. 그거 밥 절반 덜 담아서 돈 얼마나 번다고...



다음날 아침은 베니키아 마리안느 호텔 조식. 그런데 호텔 조식이 아메리칸 브랙퍼스트 뭐 이런 게 아니라 갈비탕입니다.


맛은 그냥저냥 평범한데 역시나 바닷가라 그런지 아니면 호텔이라 그런지 가격 거품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에서 먹었다면 6~7천원 정도면 적당했을텐데 여기선 만원을 받네요. 


아침 일찍 문 여는 식당이 그닥 많지 않은데다가 묵었던 호텔에서 그냥 편하게 끼니 때우는 목적으로 먹어줍니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느긋하게 용궁사 구경을 다녀옵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절이라 그런지 들어가는 길이 왠지 용궁 들어가는 느낌. 


곳곳에 불상도 많고 모습도 다 다르고 해서 왠지 일반적인 사찰이 아니라 불교 테마파크 온 기분입니다. 심지어는 돼지저금통 모양의 황금돼지 조각상도 있네요. 그리고 각각의 앞에는 어김없이 복전함이 놓여있습니다. '누가 이런데 돈을 넣을까' 싶다가도 단체 관광 온 중국 관광객들이 줄 서서 돼지 만지고 돈을 넣는 걸 보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다시 해운대로 돌아와서, 점심은 유명한 금수복국에서 복 지리를 먹어줍니다.


런치 코스메뉴도 있긴 한데 '복국'집이니 제일 맛있는 거 하나만 먹어야지 싶어서 선택한 메뉴입니다.


버섯, 숙주, 미나리에 묻혀서 생선은 보이질 않는데 아래쪽에 큼직큼직한 생선 덩어리가 가득합니다.


살이 통통한 복어를 먹고,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을 마시면 끝내주지요.


반찬으로 나온 멸치볶음은 너무 맛있어서 한접시 더 달라고 하고, 그래도 모자라서 아예 따로 판매하는 걸 한 단지 사왔습니다. 완전 밥도둑이네요.



점심 먹고 나니 호텔 체크인 시간이 되어서 두번째 호텔로 이동. 첫날은 저녁 먹고 잠만 잘 거니 저렴한 호텔에서 묵고, 둘째날은 그래도 한등급 높은 노보텔 앰배서더에 투숙했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운 좋게 무료로 룸 업그레이드를 해주더군요. 럭키~


짐 풀고 실내수영장으로 이동. 다른 호텔들은 천장이 없는 야외수영장 스타일인데 여기는 유리로 된 천장이 있어서 온실 들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실내가 따뜻해서인지 시원한 물에서 수영하기가 더 좋네요.


수영장은 무료인데 사우나는 투숙객 50% 할인해도 2만원인게 함정. 그냥 수영장만 들락날락 합니다. 



수영하면서 짠 기운을 다 빼고, 객실에서 좀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옵니다.


해변가에 위치한 스페인 클럽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 이 식당이 나름 컨셉을 잘 잡은게, 다들 고깃집이나 횟집 아니면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일색인 해운대에서 스페니쉬 전문 컨셉인지라 은근 분위기 잡기 좋더라구요. 음식도 맛있고.


유명한 생 햄인 하몬도 있고, 스페인식으로 조리한 생선 냄비라거나 파스타도 맛있어 보입니다.


해산물 빠에야를 주문했는데 조리시간이 40분. 배고플 때 가기보다는 약간 배고플락말락할 때 가서 주문해놓고 샹그리아 한 잔 마시면서 여유있게 스페인 해변가에 놀러 온 여행객 느낌을 내는 것도 좋습니다.



너무 해운대에서만 돌아다니기도 좀 그래서 해 지고 난 뒤에는 광안리로 이동합니다.


지하철 역에서 해변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조말순 카페.


주의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조그만 가게에, 실내 인테리어도 엄청 예쁘다기보다는 그냥 동네 분식집이나 할만한 공간에 카페 테이블이 들어와 있습니다.


'사장님 나이가 그렇게 많아보이지 않는데 꽤나 옛날식 이름이다'싶었는데, 알고 보니 어머니 이름을 따서 오픈한 카페입니다. 카페 음료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자몽청, 딸기청 등 각종 수제청을 어머니가 만드셔서 그렇다는군요.


수제청 요거트와 구운 떡을 주문해서 먹어봅니다. 떡은 꿀에도 한 번 찍어먹고, 생강설탕에도 한 번 찍어먹고, 김에도 한 번 싸먹고...


요거트는 윗쪽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베리와 씨리얼을 살살 떠먹다가 요거트와 밑에 깔려있는 베리오렌지청을 섞어서 냠냠 먹어줍니다. 과일청이 진짜 맛있네요.



해변을 슬슬 따라서 올라갑니다. 색깔이 수시로 바뀌는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오른쪽에는 바다가, 왼쪽에는 수많은 술집들이 보입니다.


광란리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서 좀 기대하고 왔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해변에서 폭죽 쓰는게 금지되어서 그런지 의외로 다들 얌전하게 노는 듯.


야간에 폰카로 사진을 찍다보니 꽤나 여러장을 찍었는데, 그 중 한 장에 나선형 비행운 비슷한 게 선명하게 찍혔습니다. 이게 그 전 사진에도 안찍혔고 뒷사진에도 안찍힌 걸로 봐서는 UFO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침에 일어나 먹은 '속씨원한 대구탕'. 붓싼 싸나이들이 먹는거라 속 시원한이 아니라 속 씨원한 대구탕인가 봅니다. 그런데 왜 쌀은 살이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요.


금수복국에서 먹었던 복어와는 다르게, 대구라는 생선은 생선 자체가 탕으로 끓이면 좀 풀어지는 듯한 식감이 납니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나 기름진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별로 취향이 아닐 듯. 그 대신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게 한 모금만 마셔도 온 몸이 풀어지면서 해장이 되는 느낌입니다.


대구탕으로 속을 풀고, 의외로 여기저기 널려있는 온천 중 한 곳을 골라잡아 느긋하게 온천욕을 한 후 다시 서울로 돌아옵니다. 


거의 1박2일에 가까운 2박3일의 짧은 여정인데도 알차게 돌아다니며 잘 쉬었네요. 여기에 용궁사 옆의 아울렛이나 달맞이길, 돼지국밥, 밀면 등의 여행코스와 맛집을 추가하면 꽉 찬 2박3일에서 3박4일 일정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