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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Eat/미국:U.S.A

[미국]로즈애플파이, 사과로 만든 장미꽃 한 입

오늘은 오래간만에 애플파이를 만들기로 결정.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애플파이는 다 먹기엔 너무 많은지라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로즈애플파이를 만들기로 합니다. 

로즈애플파이와 애플로즈파이 중에서 어느 게 맞는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준비물은 사과, 레몬, 과일잼, 시나몬 가루, 파이생지, 슈가파우더입니다.


되도록 빨간 사과를 골라서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아오리 사과같은 걸로 했다가는 방사능 장미 분위기가 날지도 모르겠네요.

미국에서는 과자나 파이 등을 만들 때는 주로 그래니 스미스(Granny Smith) 품종의 사과를 씁니다.

처음에는 영국과 독일 등지에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야, 여기도 사과나무가 있네?"하며 늘 해먹던 애플파이를 만들어 먹...으려고 했으나 당시 미국에 자라던 사과는 맛이 없어서 파이로 만들수가 없었습니다. 어찌나 맛이 없던지 '이건 사람 먹을게 아니다'라고 이름도 아예 crab(=망친, 흠이 있는) apple이라고 붙여버렸죠. 

결국 유럽에서 사과나무 묘목을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파이를 만들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파이보다도 사과술이나 줄창 퍼 마셨을겁니다. 초기 식민지 시절이란게 술, 담배 없이는 버틸 수 없는 고된 삶이었으니 말이죠. '사과술'이라고 하면 왠지 달달하고 낭만적인 과일주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한 위치에 있었달까요. 

재밌는 건, 이 사과술의 영어 명칭이 바로 사이다(Cider)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마시는 사이다를 주문하려면 스프라이트나 세븐업을 달라고 해야지, 사이다 달라고 하면 주민등록증 확인하고 술을 가져다 줄 겁니다. 

뭐, 마트에서 구입하는 사과는 다들 먹을만 하니, 굳이 품종 따지기 보다는 붉은 색이 선명한 것으로 고르면 됩니다. 

이렇게 고른 사과는 꼭지 부분과 심을 도려내고 1mm 정도 두께로 얇게 썰어줍니다. 너무 두껍게 썰면 나중에 구부릴 때 부러지고 너무 얇게 썰면 장미 모양이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사과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한 개를 자르면 파이 세 개 분량이 나오는 듯 합니다.

 

갈변 현상을 막고 새콤한 맛을 더하기 위해 물에 레몬 한개 분량의 즙을 짜넣고 사과 슬라이스를 적셔줍니다.

전자레인지에 3~4분 정도 돌려서 사과를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파이 생지를 폭이 5~6cm 정도 되게 잘라서 과일잼을 바르고 사과 슬라이스를 얹어줍니다.

사과파이에는 빠질 수 없는 계피가루를 기호에 맞게 뿌려줍니다.

사과파이가 아니라 애플파이를 만들고 싶다면 시나몬 파우더를 뿌려주면 됩니다.

파이 생지의 중간 부분을 접은 다음 돌돌 말아서 장미 모양으로 접어줍니다.

 

돌돌 말은 파이를 컵케이크 틀에 넣고 190도 (화씨 375도)에서 2~30분 정도 구워줍니다.

오븐 성능이나 사과의 수분 함량에 따라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니 수시로 체크하면서 사과 끝부분이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조금 기다렸다가 꺼내서 식히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슈가파우더를 듬뿍 뿌려주면 완성.


티타임에 곁들여 먹기 좋은 로즈애플파이입니다. 

맛은 뭐... 보통 애플파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재료가 똑같다보니...

파이 생지에 버터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먹다보면 손에 기름기가 묻어나는 게 왠지 맥도날드 애플파이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컵케이크 틀을 썼더니 옆에도 컵케이크 모양의 무늬가 찍혔네요.

여기저기 레시피를 살펴보면 굳이 틀 안써도 만들 수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또 어떤 경험담에서는 파이 생지가 옆으로 푹 퍼져버리는 바람에 망쳤다는 말도 있으니 틀이 있으면 굳이 모험을 하지 않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뜨는 바람에 사방에서 만들게 된 메뉴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부터 로즈애플파이 열풍이 시작되었다던가요.

인터넷에서 '뜨는' 레시피라는 게 결국 '맛있고' '보기도 좋으며' '나름 만들기도 쉬운' 삼박자를 다 갖추고 있는지라 둘러보면 얻어걸리는 요리법이 상당히 많습니다. 빵 안 먹는다고 죽지는 않으니, 베이킹은 아무래도 이렇게 남이 만든 것을 보고 '나도 만들어 봐야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가 중요한 법이랄까요.